나날이 해가 길어지더니 어느새 사람들의 옷차림도 반팔로 바뀌어 있었다.
동식은 이제 자신의 계절이 왔다며 산행 채비를 서둘렀다.
스틱, 장갑, 호미, 지퍼백 등 각종 도구를 챙겨 집을 나서려던 찰나 걸려온 학교 동창의 전화에
동식은 들뜬 기분을 잠시 삭이며 선 채로 전화를 받았다.

" 내다. 웬일이고? "

- 니 오늘 산 가나?

" 와? 니도 갈라고? "

- 그런 건 아이고. 니 가거들랑 송이 하나 따와도라.

" 돌았나. 여름송이가 어디 고깃집 새송이 버섯인 줄 아나. "

- 맨날 카스에 자랑해샀드만? 돈 줄테니까 부탁 좀 하자.

" 올해 연락 한 번 없더니 산 가는 날은 기막히게 때리맞춰서 전화했네. "

- 구해줄거제?

" 까불지마라. 가을송이도 못 구할 판에 여름송이? "

- 아, 좀. 친구 사이에 이러기가? 매년 잘 구해먹으면서 비싸게 구시네.

" 능구렁이 같은 새끼. 느믈느믈해가꼬. 일단 주말마다 가긴 갈거니까 기다려봐라. "

- 말이 통하네. 돈은 안 아쉽그로 쳐준다이가? 입금 확실한 놈이 돈 안 값는 절친보다 나은 거 아이가?
욕 좀 봐라. 구하면 연락주고, 진짜 믿을만한 심마니가 니뿐이라 연락한다이가. 부탁 좀 하자.

" 그래. 연락 좀 자주 하고 새끼야. 엇. 끊었노. 하여간 지 할 말만 해요. "

사업으로 잘 나가는 동창 녀석은 늘 접대용, 본인 보신용 등 다양한 이유로 동식에게서
산약초와 버섯류를 사가곤 했다. 목적이 있을 때만 연락이 오는 터라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동창이 본인 입으로 말한 것처럼 돈은 '안 아쉽게' 쳐주기 때문에 결국 못 이기는 척 구해주고야 마는
동식이었다.

지난 10년간 기러기아빠로 살다가 얼마 전 이혼 선고를 당한 뒤 혼자 아닌 혼자가 되어버린
동식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회사에 휴직까지 내놓은 채 이 산, 저 산을 다니는 게 일상이 된
터라 쩐 한 푼이 구미를 당기게 하는 건 당연했다.

어쩌면 잘 된 일일까, 여름송이를 구하기 위해 채비하던 중 때마침 동창 놈의 송이 주문이라니.
운만 따라준다면 휴직 기간 동안 까먹은 돈을 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

' 돈이다, 돈... 그 놈의 자식새끼들 먹여살리고자 악착같이 벌었던 그 돈,
돈 때문에 이어지는 관계가 얼마나 많노, 돈만 있었으면 나도 외국 가서 마누라 손도 잡고
새끼들 볼도 꼬집고.. 그래 살았을긴데, 그 돈이 없어가 혼자 여기서 미친 짓을 하다가
내 혼자 남겨짔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한기라. 여름송이가 없긴 왜 없어.
그 산에 가면 반드시 있지. 좀 멀긴 해도 어차피 회사도 안 나가는 마당에 아예 원정을 가보자. '

'그 산', 동식은 고향에 있는 회돌이산에 갈 생각이었다.
그의 유년시절 이렇다 할 양약 처방 없이도 마을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주었던 신비로운 산.
지천에 진귀한 약초가 깔려있는데다 외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산을 헤집으면
허탕을 치지만 회돌이산의 기운을 받고 자라난 마을 사람들에게는 가진 모든 것을 쉽게 내어주던
은혜로운 산.

' 산신령님, 지를 함 도와주이소. 이번 여름에는 송이를 좀 많이 주이소. '

동식은 긴 시간 집을 비울 각오로 문을 나섰다.



" 헉. 헉. 야, 찾았다... 있네, 역시 있었네. 신령님, 감사합니다. "

살며시 훔쳐낸 흙 사이로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굵진 않지만 정기를 한껏 머금은 훌륭한 여름 송이다.

" 하하하. 요 이쁜 것~ "

동식은 쪽쪽 소리를 내어가며 송이에 뽀뽀까지 한 다음 조심스레 지퍼백 안에 집어넣었다.

' 하나 더 있을거 같은데. 이쪽 흙을 보아하니... 하나 더 있을 법도 한데... '

안개로 축축히 젖은 흙 속에 빳빳하게 잎을 세운 와송 사이로 동식의 손끝이 흙을 탐닉했다.
폭실폭실한 감촉. 살짝 느껴지는 간지러움 속에서 동식은 끈질기게 송이의 느낌을 찾고 있다.
마치 손끝으로 냄새를 맡는 파리가 된 것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채 두 발과 두 손으로
산을 만지고 있었다.

헛짚은 걸까, 동식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심을 가질 즈음 동식은 기묘한 감촉에 그만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야 말았다.

" 뭐꼬?! "

아무리 되짚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감촉, 아무래도 버섯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 기이한 느낌에 동식은 정신없이 솔잎과 흙을 파헤쳤다.

" 으아악! "

하마터면 또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의 손이다.
손톱부터 손목까지 아주 희고 고운 여자의 손.

' 시체 아이가? 사람을 여기다가 묻어놨단 말이가? 근데... '

그런데, 확실히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땅에서 자라나서 올라온 송이버섯처럼 희고 곱게 서있는 손바닥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더군다나 피가 돌기라도 하는듯 혈색 또한 너무나 좋았다.

" ... "

혹시 과학실 인체 모형 같은 건 아닐까, 동식의 손이 다시금 땅에서 올라온 하얀 손을 잡았다.
그리곤 다시 한 번 기겁했다.

" 와앗! "

따뜻하고, 촉촉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체온이 느껴졌다.

" 저기, 혹시 들립니까?! 땅 안에 있는 겁니까? 예? "

... 반응이 없자 머쓱해진 동식은 휴대폰을 들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 혹시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면 괜히 나도 트집 잡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당연히 내 잘못이야 없지만... 등산로도 없는 산중에 이걸 발견했으니 적어도 용의자 축에는 들겠네. '

경찰에 신고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동식은 떨리는 심장이 진정되자 비로소 손의 아름다운
모양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 아무리 봐도 시체는 아닌 것 같고... 말랑말랑한기. '

동식은 송이를 캘 때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레 주위의 흙을 걷어낸 뒤,
손을 잡고 살짝 힘을 주어 빼내보았다.
쑤욱, 마침내 손이 흙으로부터 완전히 달아났다.

" ....! "

팔꿈치까지만 달려있는 하얀 손끝이 동식의 손을 맞잡은 채 깍지를 끼고 있었다.

" 으아아! "

경악스러웠지만 손가락에서 전해져 오는 체온, 그 여리여리한 살결의 느낌,
동식은 지난 십 년간 느껴보지 못 했던 그 부드러운 촉감에 순간 매료되고 말았다.

" 대체... 정체가 뭐고...? "

동식은 자신의 남성성을 자극하는 그 느낌에 황홀함을 느끼며 흰 손을 자신의 뺨에 갖다대었다.
손가락의 마디마디가 동식의 거친 볼을 위로하듯 쓸어내렸다.



" 없나, 좀 나와도라...! "

벌써 하늘엔 보름달이 노랗게 떠있건만 동식은 밤길 무서운 줄 모른 채 경사진 숲속을 거닐어댔다.
얼마나 악착같이 쏘다녔는지 온몸이 땀범벅에 가방 속에는 여름송이가 두둑히 들어가있었다.
이정도면 동창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수확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기대가 아닌 동식 스스로의 목표
때문에라도 내려갈 수 없게 되버렸다.

" 팔이 또 하나 있었으니까, 허윽... 이제 몸통이나, 헉... 발이 나와줘야지... "

가방 안에는 송이 외에도 하얀 팔이 두 개 들어가 있었다.
팔을 다 모으게 되자 동식은 '팔이 아닌 다른 부위'도 이 산 곳곳에 퍼져있지 않을까하고
추측했고, 마침내 여인 하나를 다 모으게 된다면 더 이상 혼자 살지 않아도 될 거라는 기대감에
차있었다.

'여인버섯', 마침내 동식은 의문의 팔 한 짝에게 이름마저 붙여주었다.
땅에서 솟아나는 여인버섯, 그 모든 조각을 하나로 모으면 마침내 하나의 여인이 되리라...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이 얻은 조각 미녀처럼, 자신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 것이라고
동식은 확신했다. 회돌이산의 신령이 불쌍한 자신을 위해 내려준 새 배필이리라.

" 으앗, 심, 심봤다! "

흙 위로 불쑥 튀어나와있는 발, 누가 본다면 기절할 만큼 기괴한 장면이었지만
동식은 이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 발이 여인버섯의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생채기라도 날 새라 조심스레 주위를 정돈한 뒤 약간의 힘을 주어 쑤욱 빼내면,
마침내 발 아래 길쭉히 뻗은 종아리가 그에게로 안겨왔다.

" 역시 다리도 있는 걸 보니까 너는 다리 허리 몸통 얼굴까지 다 있는기제? 맞제? "

그 부근은 와송과 송이가 훌륭히 피어오른 영험한 땅이었지만 동식의 가방 속은 이미
여인버섯 세 조각으로 인해 불룩히 솟아있었기에, 그런 동식의 마음 또한 푸짐히 채워져
있었기에 파헤쳐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그림이 동식의 집 베란다에 펼쳐져 있었다.
이리저리 놓인 화분들 위에 팔 하나, 다리 하나씩이 꽂혀져 있는 모습.
그걸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톡톡 건드려보는 중년의 남정네.
그럴 때마다 오므려졌다가 펴지는 손발가락들.

" 으히히. 으헤헤. "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긴 하지만 동식의 머릿 속은 다음 산행을 위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럴듯한 산행지도 한 장 없는 회돌이산이지만 가본 길, 안 가본 길, 주의해야 할 길,
여인버섯이 자라나있던 땅 주의의 토질과 서식하던 식물들...
여름부터 가을까지 송이를 돌멩이 줍듯 주워오는 일등 심마니의 노련한 분석력을 통해
여인버섯을 마침내 단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동창 놈에게 송이를 넘기고 댓가로 받은 두둑한 현금, 거기에 조금 남아있던 저축 자금까지
더해서 아예 회돌이산 근처에 숙소를 구해놓고 여인버섯을 구하러 다닐 작정이었다.

" 조금만 기다려라, 네 입술까지 찾으면 찐-하게 뽀뽀해줄게. "

물뿌리개로 흙에 물을 주다말고 동식은 종아리를 뽑아들곤 발가락부터 종아리까지
콧구멍을 가까이 한 채 깊게 들이마셨다.

인간이라면 구릿한 체취가 났을테지만 여인버섯에게선 깊은 숲 속의 향기가 느껴졌다.
송이가 머금은 계절의 향기보다도 짙은, 강한 생명력의 향내가 뇌속까지 맴돌았다.

" 내일... 또 니 데리러 간다. 조금만 참아라. 알긋제? 이쁜아. "



" 스읍ㅡ. "

느낄 수 있었다. 동식 자신의 코로 들어오는 숲내음 속에 살짝 서린 그녀의 향기를.
저절로 발걸음이 향했다, 제법 높은 경사를 산짐승처럼 파바박, 흙을 차내며 올라갔다.

" 간다. 간다. "

순식간에 향기의 발원지로 올라와 두 손으로 땅을 파헤쳤지만 나온 건 팔.

" ... "

팔은 이미 몇 번이나 발견해서 이젠 가져갈 필요도 없었기에 동식은 조금 실망했다.
아까 전에는 다리를 찾았지만 그 역시 이미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한 짝씩 맞춘지 오래였다.

" 이런 거 말고, 진짜배기가 나와줘야지... 응? 내 좀 살자... 내랑 살자... "

환상적인 곡선의 그녀에게 마침내 필요하게 된 그것은 바로 '얼굴',
아무리 회돌이산을 뒤지고 다녀도 팔, 다리만 계속 찾아낼 뿐 얼굴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 헤헤헤. 그래도 오늘은 좀 낫다. 이게 어디고. "

그래도 오늘의 수확이라면 바로 '몸통'.
아직 자라다 말긴 했지만 가녀린 어깨와 잘록한 허리 밑의 둥근 골반까지,
분명 몸통이 될 버섯이 분명했다.

그의 집에 가져가서 커다란 화분에 몸통을 심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뿌려주며
그녀를 자라게 하고, 하나로 이어진 팔과, 하나로 이어진 다리를 붙여 그녀의 전신을
만들고ㅡ... 마침내 찾아낼 얼굴을 이어붙이면 눈을 뜬 뒤 동식에게 사랑을 속삭여줄 여인버섯이여...



바보 같은 남편이었다.
바보 같은 아버지였다.

밤 10시, 11시까지 일하고 돌아오면 컵라면 하나를 끓여 맥주 한 캔을 까놓고,
미국에 있는 자식들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고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주저없이 자신이 사고 싶었던 골프채를 포기하고.

찾아주는 이 없고, 알아주는 이 없이 자기 자신과 남겨져, 자기 자신과 친해져야 했기에,
자기 자신을 위로해야 했기에, 자신에게서 자신만큼은 떠나서는 안 되었기에ㅡ.
결국 자기 자신과 함께 산으로 향했던 그였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가족들 찾는 심정으로 하염없이 약초와 버섯을 찾아
떠돌다 보면 기적처럼 만나게 되었던 전리품들.

나이 많은 중년 기러기 아저씨를 불러주는 자리는 없어도,
여름 송이라면, 가을 송이라면, 하수오라면, 천마라면ㅡ..
그 누구라도 두 팔 벌려 고생했다며 고맙다며 그를 찾아주었기에.

산으로 갔더랬다.
땅 위에, 하늘 아래에, 오로지 산만이 그를 가득 안아주었기 때문에.
외로워서 갔더랬다.

그렇게 외로움을 한 짐 짊어지고 이 산에 한 짐, 저 산에 한 짐 버리고 오다보면
마침내 외로움도 고갈되어 마음이 비워지겠지,

그러다보면 마침내 세월이 그렇게나 흘러 먼 타국에서 성공한 자식들과
날 그리워 하며 눈물로 밤 지새우던 아내가 동시에 돌아와 눈물의 상봉을 하겠지,

마침내 보상 받은 세월, 효도하는 자식들, 늦게나마 남들보다 더 뜨겁게 사랑하는 부부가
오손도손 한 세상 한 평생 살다가리라.

개뿔 !

개애애애뿔 !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개 이마에 뿔 솟고 불 토하는 소리!

알고보니 학교에선 일찍이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고, 몇 번이나 본드를 하다가 상담시설에
들어가있는 자식들, 놈팽이와 바람이 나서 그런 자식들을 챙기기는 커녕 어떻게든 이혼해보려고
안달이던 아내, 아니 나쁜 년!

동식은 놀란 닭처럼 푸드득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 허억! 허억...! "

이마를 감싸쥐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라도 댓병 마시고 뻗어버릴걸.
또 괴로운 기억들이 그를 괴롭혔다.

그를 위로하듯 베란다에서 뿜어져 나온 숲 향기가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 못 기다리긋다. 그냥 가야긋다. 이번에도 허탕칠 바에야 집에 안 들어올끼다. '

마침내 그 향기는 위로가 아니라 명령하고 있었다.
회돌이산으로 가서 지금 당장 그것을 찾아내라고.



" ... 어엇, 으악! "

미끄러지며 바위와 나뭇가지가 동식의 생살을 갉아놓았다.

" 끄으으. "

하지만 이 경사를 넘어야만 했다.
경사 너머 짙은 냄새가 난다.
익을대로 익은 여인버섯 냄새가.

" 간다, 기다리라...! "

심마니를 하면서 위험한 길은 숱하게 다녀봤지만 거의 직벽에 가까운 바윗길을 오르는 건
처음이었다. 내려오는 길 따위는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지금 코를 찌르는 이 버섯내음,
농염한 여인의 냄새 앞에서 어떻게 돌아가란 말인가.

" 하아! "

올랐다, 마침내 올랐다.

" 어엇! "

경탄이 뿜어져 나왔다, 싱긋 웃고 있었다.
아직 코까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바닥에 긴 생머리를 늘어놓은 두 눈이 초승달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 요망한 것,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가! 조금만 기다리라, 금방 꺼내줄구마. "

자신의 손이 상처투성이인 줄도 모른 채 동식은 여인버섯의 머리가 묻힌 주위를 열심히 긁어댔다.
마침내 여인버섯의 코가 드러나고, 붉은 입술이 웃으며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보였다.

" 니는 인자 내끼다, 내랑 집으로 가자, 니 몸 다 모아놨다...! 헤헤헤. "

여인버섯의 목과 턱을 조심히 잡고 빼내려 하는 순간 바위가 날아든듯 강력한 충격에
동식은 한바탕 바닥을 굴렀다.

" 아이고...! "

" 당신 누구야? 누군데 여기 있어? "

" 뭐? 뭐라꼬? "

" 누군데 내 버섯을 훔쳐가려고 하냐고. 내가 얼마만에 찾은건데. "

" 이게 왜 니 버섯이고? 내 버섯이야, 냄새 맡고 와서 내가 캘라고 하는데 개소리고? 니 누고? "

" 내가 묻잖아, 이 개새끼야. "

젊어보이는 남자가 동식의 위에 올라타 동식의 목을 힘껏 졸랐다.

" 끄으으윽 "

동식은 터질 듯한 얼굴을 한 채 버둥거렸지만 남자의 힘 또한 보통은 아니었다.

" 저 얼굴 내거야. 내거라고. 내 집에 몸만 열 개가 넘어, 근데 얼굴이 없어,
내가, 저 얼굴 찾으려고 날린 돈, 날린 시간이 얼만지 알아? 네가 뭔데 그걸 가져가려고 해.
네가 뭔데! "

" 끄으으으 "

동식은 흐릿해져가는 정신 속에서도 심마니 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걸
생각해내곤 무언가 쓸만한 무기가 없을지 고민했다. 호미. 호미가 있었다.

더듬거리며 바닥을 찾는 동안 남자가 재채기를 하느라 손의 힘이 살짝 빠진 틈을 타
동식이 몸을 튕겨냈다. 남자의 포위가 무너지자 곧장 동식의 손에 들린 호미가 날아들었다.

콰직, 콰직!
살점이 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비명이 산중에 울려퍼졌다.

" 니꺼? 니꺼어? 이 개새끼야, 내꺼를 왜 니꺼라 하노? 뒤져라, 뒤져! 먼저 찾은 내가
임자지, 니가 몸이 열 개가 있든 백 개가 있든! 와 안 죽노! 뒤지라고! "

" 으아악! 살려줘! "

" 이이익. "

" 씨발새끼! "

또 다시 전세가 역전되었다. 나이가 많은데다 절벽을 오르느라 힘이 빠진 상태였던 동식이
생명의 위기 앞에서 초인적인 힘을 내기 시작한 남자에게 호미를 빼앗겨버렸다.
동식의 살점 한 움큼이 바닥에 떨어졌다.

" 우아악-. "

여인버섯의 눈동자는 데굴데굴 구르며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둘 사이에 오가는 말수는 줄어들고, 이따금씩 찔리거나, 비틀리거나,
깨물려야지만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 ... "

콰직!

먼저 호미로 몇 번이나 찌른 쪽이었던 동식이 마지막으로 남자의 얼굴을 찍었다.

콰직, 콰직-.

눈과 코가 달아나고 없는 얼굴에 다시 몇 번의 호미질.
남자는 이미 시체가 되버렸다.

" 하으으.. "

피가 울컥, 울컥, 자신에게서도 쏟아지고 있는 걸 동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동식은 머리를 가방에 담아가기 위해 애써 흙을 훔치고 있었다.
한 쪽 팔이 듣질 않았다. 어딘가 잘못 찍혀버린 모양이었다.

" 내가 왕게임 이겼으니까... 마지막으로 뽀뽀 한 번만 해도라... "

" ... 야하하하핫! "

" 웃으니까... 더 예쁘네... "

" 야앗하하하, 야하하-! "

" ... "

동식의 불꽃 역시 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인은 세상이 떠나가라 웃고 있을 뿐이었다.

" 야하하하, 야하하하~ "

끝나지 않을 듯 웃어대는 소리 주변,
두 남자가 있었어야 할 자리에는 어느새 팔과 다리 모양의 여인버섯이 자라있을 뿐이었다.


ㅡ 여인버섯. 끝.
by 환상괴담
괴담의 중심 The Epitaph & 공포문학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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